오늘은 1970년대에 페트로달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원유에 대한 결제를 오직 달러로만 하도록,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이 맺은 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을 우리는 페트로달러라고 부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산업에 사용되는 원유를 사기위해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졌고, 결국 달러 패권 시스템이 완성되고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의 지위로 올라서는 계기가 됩니다.
그럼 그 배경부터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이후 OPEC 산유국들은 서방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석유 수출을 제한했고, 그 결과 유가가 4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이때 세계는 처음으로 "석유=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석유로 막대한 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 돈을 어디에, 어떤 통화로 보관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달러는 금태환이 종료된 지 얼마 안 된 ‘신뢰가 불완전한 종이’에 불과했고, 영국 파운드나 프랑스 프랑도 불안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사우디 왕가의 제안 중 하나는 “석유 수익을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실물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였고 실제로 한 왕족 고문은 “스위스 금고에 다이아몬드를 잔뜩 채워넣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농담이 아닌 진지한 논의였다고 전해집니다. 왜냐하면 달러라는 종이의 가치를 100%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미국의 헨리 키신저는 사우디와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우디는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자.
- 미국은 그 대가로:
- 사우디 왕정을 군사적으로 보호해줄 것.
-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안정적 이자 수익을 보장할 것.
-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 협력할 것.
이 “석유 달러 체제”는 결국 성립되었고, 이후 사우디는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미국 국채로 다시 재투자하게 됩니다.
이 일화는 단순히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 안보, 통화 패권, 자산 선호도가 얽힌 정치적 협상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