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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관통하는 보호무역주의의 귀환: 트럼프-머스크 vs 후버-포드, 인물로 읽는 경제사 서사

by haiben 2025. 4. 13.

1. 보호무역의 재앙: 스무트-홀리법과 대공황

1929년 대공황은 세계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뻔한 경제적 재난이었다. 뉴욕 증시가 붕괴하면서 미국 산업은 수요를 상실했고, 실업률은 25%를 넘어섰다.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수입품에 최고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세계 무역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고, 대공황은 더욱 심화되었다. 보호무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수출길을 차단하고 실업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 제도와 정치의 전환: 1934년 무역협정법과 자유무역주의의 태동

1934년 제정된 **무역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 RTAA)**은 미국 통상정책의 대전환점이었다. 이전까지 관세 결정은 이익집단의 로비에 휘둘리기 쉬운 의회의 권한이었지만, 이 법은 대통령에게 양자 관세 협정 체결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보다 일관된 통상정책이 가능해졌다.

이 제도 변화는 단순한 권한 위임을 넘어,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무역주의로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했다. 루즈벨트 행정부는 뉴딜정책의 연장선에서 수출 회복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인식했고, 수출 농업 세력 등 새로운 정치 연합이 자유무역 노선을 지지했다. 미국은 이후 다자 무역 질서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3. 트럼프-머스크 vs 후버-포드: 인물로 읽는 경제사 서사

후버와 포드, 그리고 트럼프와 머스크. 각각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대통령-산업계 리더의 조합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구분1930년대2020년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 도널드 트럼프
기업가 헨리 포드 일론 머스크
경제 정책 보호무역주의, 금본위제 고수 보호무역주의, 제조업 리쇼어링
산업 전략 대량생산 기반 내수 중심 글로벌 공급망, 테크 기반 수출 주도
  • 후버는 보호무역과 긴축을 고수하면서 대공황을 악화시켰고, 포드는 대량생산 체제를 완성했지만 수출보다는 국내 시장에 의존한 내수형 모델이었다.
  • 반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미-중 무역전쟁과 관세정책을 단행했으나, 일론 머스크는 멕시코, 독일, 중국 등에 기가팩토리를 세우며 전세계 공급망을 활용하는 초글로벌 전략을 펼쳤다.

이는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정치와, 자유무역을 활용하는 자본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 보조금 정책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이 양면성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본질을 압축한다.


4. 현재의 상호관세 유예: 신보호주의 시대의 숨 고르기

2024년, 미국과 중국은 90일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무역 전면전의 일시 정지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정학적 경쟁 속에 신보호주의와 기술 블록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자본은 보호무역을 회피해 여전히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테슬라의 글로벌 공장 전략, AI와 반도체의 글로벌 자금 흐름은 이를 잘 보여준다.


5. 시사점: '자본의 흐름 vs 정치의 벽'이라는 오래된 게임

  • 정책이 보호를 외칠 때, 자본은 우회로를 찾는다.
  • 과거의 대공황이 보호무역의 실패로 정리됐다면, 오늘날의 기술·무역 갈등도 똑같은 경로를 걷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 궁극적으로 승자는 정치가 아닌, 돈의 흐름을 타는 자일 수 있다.